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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시어머니와 같이 산다는 건...

by 헤이 데이 2022. 12. 2.

시어머니와 같이 산다는 건, 왜 항상 부정적인 의미일까? 긍정적인 글, 좋다는 글은 거의 찾아보기가 불가능하다. 좋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거의, 아니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불만인 사람들만 글을 올리기에 그러는 것인지.. 결혼한 아내의 입장에서는 첨엔 같이 살지 않아도 결혼과 동시에 항상 걱정되는 부분일 것이다. 시어머니와의 동거 26년 차, 시어머니와 같이 사는 게 왜 불편한지, A 씨의 26년 동안 몸으로 느낀 경험담을 들어본다.

 

 

시어머니 일러스트
© Coconotas, 출처 Pixabay

 

 

 

 

내가 선택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내 남편을 선택한 거지, 그의 부모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같이 살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합가 하지 않는다면 상관이 없지만, 같은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면 문제는 다르다. 1+1을 원한적도 없고, +1 때문에 본상품을 사고 싶지 않을 수 도 있다. 난 내가 선택한 것만 사고 싶을 뿐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이런 개념이 있었더라면.. 26년 전, 맞벌이 육아로, 경제적인 이유로 합가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깊게 고민하고 생각해봤을 텐데, 너무 늦게 깨달았다.

 

 

친 부모도 같이 사는 건 힘들다.

20살이 넘으면 누구나 독립을 꿈꾼다. 그리고 독립하여 내 공간이 생기면 내 마음대로 하고 산다. 가끔 엄마 아빠가 와서 청소해 주고, 먹거리를 채워주어도, 내 집, 내 공간에서 오래 같이 있는 건 왠지 불편하다. 본가에서 같이 있을 때랑은 완전 다른 느낌, 거긴 엄마 아빠 집이라 그렇고, 여긴 내 집이라 그런가?.. 우리 엄마 아빠도 그런데,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어른 사람이랑 남자 친구의 부모라는 이유로 같은 집, 같은 공간에서 살라고? 

 

 

내 공간에 이방인이 사는 것 같아 불편하다.

내 가족이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다, 가족은 부부와 자녀 사이, 딱 2세대 구성이 이상적이다.  부부간에 동등하게 사랑하고, 그 사이의 자식은 내리사랑으로 너무 이쁘고, 아까운 게 없기에, 같이 살기에는 완벽한 구조이다. 시어머니는 같이 밥을 먹으니 식구는 맞지만, 보기만 해도 편하고 좋은 내 가족의 느낌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캐미가 생기지 않는다. 애매하다. 여전히 +1이다.

 

 

생활비가 더 들어간다.

같이 살면 생활비가 덜 들어가는 부분도 있지만, 더 들어가는 부분도 있다. 그러니, 가족 1인에 드는 생활비는 N분의 1이 맞다.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된다? 절대 아님.. 4인 가족 400이면 시어머니로 인해 500이 된다. 그런데, 다른 자식들은 알아주지 않는다, 오롯이 같이 사는 자식만의 부담이다.

 

 

집안의 공기가 처진다.

노인이 있는 집은 전체적인 기운이 다운이 된다. 늙고 시들한 모습은 어떤 생명체든 어둡고 우울한 기운을 준다. 보고 있으면, 눈앞에 자주 보이면, 나도 영향을 받는다.

 

 

지침의 연속이다.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똑같은 상황에서 늘 똑같은걸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버릇처럼 습관처럼 쓸데없는 질문을 많이 한다. 같은 질문에 대답을 반복하기도 지치면, 이제 못 들은 척한다. 그러면서 점점 더 안 마주치게 되고, 대화도 없어진다. 같은 공간에 살지만, 점점 불편해지고, 그런 상황이 사람을 점점 지치게 만든다.

 

 

아이들도 크면 불편해한다.

태어나면서부터 같이 살았지만, 성년이 되면 노인의 잔소리가 불편해진다. 엄마가 잔소리 한번 하면, 같은 걸로 할머니가 또 잔소리를 한다. 엄마에게 보낸 사진을 할머니에게 안 보내면 서운해하고 삐진다. 밥 먹을 때마다 아직도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20년째 하고 있다. 아이들도 너무 피곤하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같이 살면서 지켜야 하는 사소한 생활습관, 위생에 관한 것 등, 잘못한 뭔가를 지적하면 그 자리에선 알았다고 하고, 고치 지를 않는다. 몇 번 더 반복해도 마찬가지다. 당신도 많이 불편할 것이다. 내 생활습관, 내 상식을 지적질당하니, 내 집에서 내 맘대로 못살고 자식 눈치를 본다고 생각할 것이다. 같이 사는 건 그냥 모두에게 불편한 것이다.

 

 

순한 성격이어도 같이 사는 건 불편하다.

시누이 : 그래도 우리 엄마는 성격이 순해서 괜찮아~ 우리 시어머니는 성격이 강해서 힘들어.

전제가 틀렸다. 성격이 강한 시어머니는 처음부터 같이 살 수가 없다. 그나마 성격이 유하셔서 같이 살고 있는 것이다.

 

 문제

1. 성격이 사납지만, 따로 사는 시어머니 

2. 성격은 순하지만, 평생 같이 살아야만 하는 시어머니.. 당신의 선택은?

 

 

같이 안 살 수 있는 방법

이쯤 되면 같이 안 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 본다. 대놓고 분가는 어렵다. 두 집 살림할 경제적인 여유도 없지만, 여태껏 모시고 살았는데, 쫓아냈다는 오명도 싫고, 시어머니 입장에서도 충격이라 안된다. 자연스러워야 한다. 방법은 딱 두 가지, 둘 중 누구 하나가 죽거나(죽는 순서는 없으니), 이혼을 하거나.. 그러나 두 가지 다 너무 불행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또 하나, 아이들이 다 커서 상관이 없다면, 일을 핑계로 밖으로 나와 사는 것이다. 부부가 같이 지방에 일이 생겨서, 작은 방하나 얻어 내려가야 한다면, 얼마나 합리적인 이유인가. 밥벌이로 내려가는 거라, 늙은 나 혼자 어떻게 사냐!! , 이것도 안 통하고, 시누이들 보기에도 아주 자연스럽다. 지방에 부부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을까? 설마 따라오신다고는 안 하시겠지?

 

 

그러나, 좋은 점도 있다.

결혼하면 가장 처음으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안부전화, 그건 안 해도 된다. 그리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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