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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어버이날, '늙으면 지갑을 열고 입을 닫아라'는 말...

by 헤이 데이 2024. 5. 7.

 

 

 

 

주말에 취업을 해서 자취를 하고 있는 아이가 집으로 왔다.

 

결혼과 동시에 시어머니와 같이 산지 28년째.. 사는곳은 경기도 북부

아이들은 학교와 취업으로 인해 둘 다 각각 서울로 자취를 보내고 

 

늙어가는 부부와 늙은 시어머니와 3명만 사는 중..

 

아이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대견하고 이뻤지만,

아이가 어버이날이라 지딴엔 생각하고 방문한 듯 한데 담부턴 그러지 말라 했다.

 

어버이날이 뭔 대수라고, 

부모님들 어버이날에 챙김받기 원하는거, 그거 맞추며 살았던게 너무 싫은 기억이 있어서

내 자식은 그런 부담없이 그냥 편하게 살았음 하는 마음에 일부러

 

'어버이날은 아무날도 아니니 신경쓰지 말라"

 

하루 자고 다음 날 점심에 동네 맛집으로 점심을 먹으로 나갔는데,

시어머니께 오늘 점심은 어머님이 쏘라하고, 카드를 달라해서 받았다.

 

옆에서 보던 딸래미가 내가 사야하는거 아닌가.. 말을 하자, 

옆에 있던 시어머니가 골난 표정으로 혼잣말이라고 하기엔 다 들릴정도로 

"니가 사야지, 어버이날인데, 니가 사야지." 라며 혼자 고개 숙이고 중얼 중얼..

 

옆에서 듣던 딸래미가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면서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잠시 혼동이 온 듯..

본인이 사겠다고 하면 엄마가 내린 결정에 반 하는거고, 안 산다하기엔 할머니가 골이 나 있고..

 

아들 하나 낳은 덕에, 아들 결혼 이후 평생을 공짜밥을 드시고 계시는데..

90 가까운 나이에도 어찌 이리 현명하지 못하신지..

 

어버이날이 뭐라고, 시간 내서 와준 손녀딸이 이쁘면 할머니가 밥 한번 사준다 생각하면 되는것을 

그 한끼도 대접을 못 받으면 손해? 피해의식? 뭐 그런게 느껴지는건지.. 진짜 너무 피곤하고 짜증이 난다.

 

아이 불편하게, 아이 들으라고 꼭 그런말을 해야만 했을까..

오랜만에 본 손녀에게 "할머니가 사는거니 맛있게 먹어라~" 이런 말을 해야지,

 

"니가 사야지, 어버이날인데 니가 사야지" 이런 말이 나올까..

 

 

밥이 나오고, 어찌할까 모르는 딸에게

"할머니가 사는 밥이니까, 맛있게 먹어~"

"어머니 잘 먹을게요" 

하니,

 

마지못해

"그래 맛있게 먹어라" 하시고..

 

딸내미가 

"할머니, 내가 다음에 올때 할머니 먹을 맛있는 간식 사올게"

하면서 표정이 좀 풀렸다.

 

늙으면 지갑을 열고 입을 닫아라'는 말...이 실감 나는 하루..

 

 

 

 

 

 

 

어버이날은, 부모님과 밥 먹는 날..

나는 365일이 어버이날인데,

그 어버이날에도 챙김을 받기 원하는게 꼴뵈기 싫어서 일부러 어머니께 밥값을 계산하라 하긴 했다.

 

시어머니도 분하긴 하시겠지, 어버이날인데 나보고 밥값을 내라 하다니,

어버이날은 자식이 용돈도 주고, 밥도 사주는 날인데..괘씸하다.. 이런 생각..

 

하지만, 당신은 내가 결혼하면서부터, 평생 공짜밥 드시고 계시다는걸, 알고는 있으실 지..

결혼하고 보니, 재산이 0원에 가까운 시부모님의 경제상황..

결혼 첫 달부터 둘이 벌어 어른 4명이 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니.. 버는대로 생활비로 다 나가야 하는 상황..

 

외아들 하나로 인해 평생 노후 걱정없이 사는 건 아시고 계시는지..

그냥 너무 당연한거라 그런 생각도 못하고 사실텐데.. 

 

나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생각나는 억울함, 분한 감정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

그래도 예전에는 당연하게 자식이 내야하는 밥값을

50이 넘으니, 이제는 시어머니에게 내라고 말 할 수 있는 상황은 되었다.

그래봐야 어제 밥값, 꼴랑 6만원..

 

며느리가 50 가까이 되면,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몸도 아프고, 우울증도 오고, 예전의 억울한 상황이 불쑥 불쑥 올라와 감정의 기복도 생겨 생활이 힘들어지는데..

 

그럴 때 쯤 되면,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기에 자연스럽게 갈등이 해소되지만, 

우리 시어머니, 88세, 우리 집에서 제일 건강하신 분..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코로나도 온 식구 한번씩 다 걸릴 때, 혼자만 안 걸리신 분..

결혼하고 28년동안, 몸이 아파 밥 한끼를 거른적이 없는 분..

아들이, 할머니 혹시 로보트 아니냐는 말까지.. 100세를 거뜬히 넘길거 같은데..

 

나는.. 어떡해야 할까..

시어머니와의 사소한 갈등이 누적이 되니, 이제 몸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투닥 거리고 다투기라도 하면,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리고, 팔에 힘이 빠지면서 손이 덜덜 떨린다.

 

스트레스로 인한 혼잣말을 한 지도 꽤 되었다. 이러다 내가 먼저 치매에 걸릴 듯..

그래서 글로 쓰기로 했다. 말로 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공간이 있어야 내가 좀 숨을 쉴 듯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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